[강론] 가톨릭 농민회 창립 60주년 기념 미사
2026. 01. 29. / 대전 교구 정하상 교육회관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장 박현동 아빠스
사랑하는 가톨릭농민회 형제 자매 여러분, 우리농 생명 공동체 여러분, 그리고 이 자리에 함께해주신 모든 분들께 하느님의 축복을 기원합니다.
오늘 우리는 가톨릭농민회가 하느님 안에서 첫걸음을 뗀 지 60년이 되는 참으로 기쁜 날들을 맞이했습니다. 1966년에 시작해 오늘에 이르기까지, 묵묵히 흙을 일구며 살아오신 여러분의 손마디와 주름 속에서 ‘하느님의 얼굴’이 빛나고 있음을 바라봅니다. 진심으로 축하를 드립니다.
지나온 60년을 돌아보면 참으로 가슴 벅찬 일들이 많았고, 또 우리 사회의 민주화를 진척시켜 나가고, 우리 사회 안에서 생명의 문화에 대한 가치를 온 몸으로 증거해 오신 시간이 아닌가 싶습니다. 50주년 기념 미사와 행사는 2017년 5월 15일, 가톨릭 농민회가 태동되었던 경북 왜관의 왜관수도원에서 있었습니다. 강우일 주교님의 주례로, 반세기 동안 ‘하느님 창조 사업’에 동참하며 이어왔던 ‘생명 공동체’ 정신을 되새겼던 시간이었습니다.
그때 2016년에 50주년 행사를 하지 못하고, 한 해 뒤로 미룬 것은, 2015년 11월 민중총궐기 투쟁 중에 고 백남기 형제님이 경찰의 물대포에 맞아 투병하시다가 2016년 9월 25일에 사망하셨기 때문에 한 해 뒤에 50주년 기념 미사가 열렸던 것입니다. 2017년 3월 10일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되고, 두 달 뒤에 비로소 가톨릭 농민회 50주년 기념 미사를 봉헌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돌아보니, 10년이라는 시간이 참 빨리 지나간 것 같습니다.
7, 80년대 그 어려웠던 시절, ‘함평 고구마 사건’은 2년여간 투쟁하며 농민의 권리를 신장시키고, 농협의 구조적 문제점과 허울 좋은 ‘잘살기 운동’의 민낯을 드러낸 한국 농민 운동사의 대표적인 사건이었습니다. '함평 고구마 사건'이나 안동교구에서 있었던 ‘오원춘 납치 사건’처럼 억울하고 힘든 일 앞에서도, 농민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십자가를 지고 앞장서셨던 여러분이 계셨기에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가 이만큼 꽃피울 수 있었습니다. 이 땅의 약한 이들과 가난한 이들을 소중하게 대하지 않았던 권위주의 정권들은 반드시 그 끝을 보고 말았습니다. 그 어려웠던 시절 가톨릭 농민회는 ‘농민도 하느님의 귀한 자녀’라는 믿음을 바탕으로 큰 용기를 내며, 이 힘든 시간들을 살아오셨습니다.
90년대 들어서는 “어떻게 하면 하느님이 만드신 이 땅을 더 건강하게 지킬 수 있을까?” 고민하며 ‘생명 공동체 운동’에 온 정성을 쏟으셨습니다. 농약을 멀리하고, 정직하게 땀 흘려 가꾼 먹거리를 도시 이웃과 나누는 그 마음은, 하느님이 보시기에 참으로 좋으셨을 것입니다. 50주년을 맞이하여 발표하였던 가톨릭 농민회의 선언문을 보면, 10년 전 문제 제기가 지금도 유효하다는 것을 잘 보여 주고 있습니다.
“신자유주의 세계화로 농산물이 전면 개방되고 기상이변과 환경 생태계 파괴, 식량 자급률 하락으로 인한 식량 위기, 초국적 자본의 식량 독점화 상황에 우리 가농은 생명 가치를 중심으로 자연의 순환 원리에 맞추어 인간과 자연, 도시와 농촌이 함께 공생하고 미래 세대에도 지속 가능한 농업이 되도록 최선을 다했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은 멀고 험하다.”(50주년 선언문)
요즘 농사짓기가 예전 같지 않아서 참 속상하고 힘드시지요?
하늘은 갈수록 뜨거워지고, 예상치 못한 가뭄과 홍수가 들이 닥치고, 봄마다 찾아오는 산불과 예상치 못한 한파 같은 것들이 여러분의 가슴을 타들어 가게 한다는 것을 잘 압니다.
세상은 갈수록 편리한 것만 찾고 개발에만 몰두하지만, 우리 어머니 같은 흙은 병들어가고 있습니다. 그 속에서 우리 농촌과 농민들이 소외되는 현실이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작년 주교회의 추계 총회에서는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도 기존의 복지위원회가 아니라, 가톨릭 농민회와 함께, 생태환경위원회로 소관 위원회를 옮겨 지정했습니다. 하느님의 ‘창조 질서’를 보존하고, 우리 ‘공동의 집’인 지구를 살리고, ‘생명’을 살리고 보존하는 일을 하는 가톨릭 교회의 여러 조직들이 하나의 방향으로 함께 걸어갈 수 있도록 주교님들도 관심을 가지시고, 지지해 주신다는 표지이기도 합니다.
가톨릭 농민회 창립 60주년을 맞이하고, 우리농촌살리기 운동 본부 창립 32주년을 맞이하면서 ‘함께 살고, 모두를 살리기 위한’ 우리의 활동들이 하느님 안에서 더 풍성한 결실을 맺어가기를 기원합니다.
농부는 하느님과 가장 가까운 사람입니다. 여러분은 하느님이 창조하신 땅을 돌보고 생명을 키워내는 ‘하느님의 일꾼’입니다. 비록 지금 농촌이 어렵고 힘들어 보여도, 여러분이 지키는 그 흙 한 줌에 우리 모두의 미래가 달려 있습니다.
“우리의 신앙은 밥상 위에서 완성된다”는 말처럼, 우리가 정성껏 차린 건강한 밥상이 바로 하느님 나라의 시작입니다. 우리는 매일 미사를 봉헌할 때 마다, 우리의 노동으로 마련된 빵과 포도주를 제대에 봉헌하고, 예수님께서는 그 예물을 기꺼이 받으시고, 하느님께 감사하시고,,, 그리스도의 몸으로 변화된 성체는 다시 쪼개어져서 우리에게 나누어지게 됩니다.
오늘 60주년을 맞아 우리가 다시 한번 다짐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짓는 농사는 생명을 키워내는 것만이 아니라, 하느님의 창조 질서를 바로 세우는 일이기도 합니다. 농부는 자연과 생태계를 살리고 지구의 생명력을 풍성하게 하는 창조주의 가장 친밀한 협력자입니다. 여러분이 지키는 그 한 평의 땅이 바로 하느님 나라의 기초입니다.
지금까지 그래오셨던 것처럼, 농부이신 하느님을 굳게 믿고 이 길을 함께 걸어갑시다. 생명 농업은 죽음의 문명을 생명의 문명으로 바꾸는 가장 강력한 도구입니다. 하느님께서 여러분의 땀방울을 기억하시고, 여러분의 삶에 늘 희망과 위로를 더해주실 것입니다. 오늘 봉헌하는 물과 흙, 씨앗, 농산물 속에 담긴 생명의 신비를 기억합시다.
“신앙과 생명으로 여는 미래의 새길” 위에서 주님의 은총이 늘 여러분과 함께 하실 것입니다.
60년 동안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여러분 사랑합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2026. 01. 29. / 대전 교구 정하상 교육회관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장 박현동 아빠스
오늘 우리는 가톨릭농민회가 하느님 안에서 첫걸음을 뗀 지 60년이 되는 참으로 기쁜 날들을 맞이했습니다. 1966년에 시작해 오늘에 이르기까지, 묵묵히 흙을 일구며 살아오신 여러분의 손마디와 주름 속에서 ‘하느님의 얼굴’이 빛나고 있음을 바라봅니다. 진심으로 축하를 드립니다.
지나온 60년을 돌아보면 참으로 가슴 벅찬 일들이 많았고, 또 우리 사회의 민주화를 진척시켜 나가고, 우리 사회 안에서 생명의 문화에 대한 가치를 온 몸으로 증거해 오신 시간이 아닌가 싶습니다. 50주년 기념 미사와 행사는 2017년 5월 15일, 가톨릭 농민회가 태동되었던 경북 왜관의 왜관수도원에서 있었습니다. 강우일 주교님의 주례로, 반세기 동안 ‘하느님 창조 사업’에 동참하며 이어왔던 ‘생명 공동체’ 정신을 되새겼던 시간이었습니다.
그때 2016년에 50주년 행사를 하지 못하고, 한 해 뒤로 미룬 것은, 2015년 11월 민중총궐기 투쟁 중에 고 백남기 형제님이 경찰의 물대포에 맞아 투병하시다가 2016년 9월 25일에 사망하셨기 때문에 한 해 뒤에 50주년 기념 미사가 열렸던 것입니다. 2017년 3월 10일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되고, 두 달 뒤에 비로소 가톨릭 농민회 50주년 기념 미사를 봉헌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돌아보니, 10년이라는 시간이 참 빨리 지나간 것 같습니다.
7, 80년대 그 어려웠던 시절, ‘함평 고구마 사건’은 2년여간 투쟁하며 농민의 권리를 신장시키고, 농협의 구조적 문제점과 허울 좋은 ‘잘살기 운동’의 민낯을 드러낸 한국 농민 운동사의 대표적인 사건이었습니다. '함평 고구마 사건'이나 안동교구에서 있었던 ‘오원춘 납치 사건’처럼 억울하고 힘든 일 앞에서도, 농민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십자가를 지고 앞장서셨던 여러분이 계셨기에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가 이만큼 꽃피울 수 있었습니다. 이 땅의 약한 이들과 가난한 이들을 소중하게 대하지 않았던 권위주의 정권들은 반드시 그 끝을 보고 말았습니다. 그 어려웠던 시절 가톨릭 농민회는 ‘농민도 하느님의 귀한 자녀’라는 믿음을 바탕으로 큰 용기를 내며, 이 힘든 시간들을 살아오셨습니다.
90년대 들어서는 “어떻게 하면 하느님이 만드신 이 땅을 더 건강하게 지킬 수 있을까?” 고민하며 ‘생명 공동체 운동’에 온 정성을 쏟으셨습니다. 농약을 멀리하고, 정직하게 땀 흘려 가꾼 먹거리를 도시 이웃과 나누는 그 마음은, 하느님이 보시기에 참으로 좋으셨을 것입니다. 50주년을 맞이하여 발표하였던 가톨릭 농민회의 선언문을 보면, 10년 전 문제 제기가 지금도 유효하다는 것을 잘 보여 주고 있습니다.
“신자유주의 세계화로 농산물이 전면 개방되고 기상이변과 환경 생태계 파괴, 식량 자급률 하락으로 인한 식량 위기, 초국적 자본의 식량 독점화 상황에 우리 가농은 생명 가치를 중심으로 자연의 순환 원리에 맞추어 인간과 자연, 도시와 농촌이 함께 공생하고 미래 세대에도 지속 가능한 농업이 되도록 최선을 다했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은 멀고 험하다.”(50주년 선언문)
요즘 농사짓기가 예전 같지 않아서 참 속상하고 힘드시지요?
세상은 갈수록 편리한 것만 찾고 개발에만 몰두하지만, 우리 어머니 같은 흙은 병들어가고 있습니다. 그 속에서 우리 농촌과 농민들이 소외되는 현실이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작년 주교회의 추계 총회에서는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도 기존의 복지위원회가 아니라, 가톨릭 농민회와 함께, 생태환경위원회로 소관 위원회를 옮겨 지정했습니다. 하느님의 ‘창조 질서’를 보존하고, 우리 ‘공동의 집’인 지구를 살리고, ‘생명’을 살리고 보존하는 일을 하는 가톨릭 교회의 여러 조직들이 하나의 방향으로 함께 걸어갈 수 있도록 주교님들도 관심을 가지시고, 지지해 주신다는 표지이기도 합니다.
가톨릭 농민회 창립 60주년을 맞이하고, 우리농촌살리기 운동 본부 창립 32주년을 맞이하면서 ‘함께 살고, 모두를 살리기 위한’ 우리의 활동들이 하느님 안에서 더 풍성한 결실을 맺어가기를 기원합니다.
농부는 하느님과 가장 가까운 사람입니다. 여러분은 하느님이 창조하신 땅을 돌보고 생명을 키워내는 ‘하느님의 일꾼’입니다. 비록 지금 농촌이 어렵고 힘들어 보여도, 여러분이 지키는 그 흙 한 줌에 우리 모두의 미래가 달려 있습니다.
“우리의 신앙은 밥상 위에서 완성된다”는 말처럼, 우리가 정성껏 차린 건강한 밥상이 바로 하느님 나라의 시작입니다. 우리는 매일 미사를 봉헌할 때 마다, 우리의 노동으로 마련된 빵과 포도주를 제대에 봉헌하고, 예수님께서는 그 예물을 기꺼이 받으시고, 하느님께 감사하시고,,, 그리스도의 몸으로 변화된 성체는 다시 쪼개어져서 우리에게 나누어지게 됩니다.
오늘 60주년을 맞아 우리가 다시 한번 다짐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짓는 농사는 생명을 키워내는 것만이 아니라, 하느님의 창조 질서를 바로 세우는 일이기도 합니다. 농부는 자연과 생태계를 살리고 지구의 생명력을 풍성하게 하는 창조주의 가장 친밀한 협력자입니다. 여러분이 지키는 그 한 평의 땅이 바로 하느님 나라의 기초입니다.
지금까지 그래오셨던 것처럼, 농부이신 하느님을 굳게 믿고 이 길을 함께 걸어갑시다. 생명 농업은 죽음의 문명을 생명의 문명으로 바꾸는 가장 강력한 도구입니다. 하느님께서 여러분의 땀방울을 기억하시고, 여러분의 삶에 늘 희망과 위로를 더해주실 것입니다. 오늘 봉헌하는 물과 흙, 씨앗, 농산물 속에 담긴 생명의 신비를 기억합시다.
“신앙과 생명으로 여는 미래의 새길” 위에서 주님의 은총이 늘 여러분과 함께 하실 것입니다.
60년 동안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여러분 사랑합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